노환규 전 의협회장 "조국·조민 퇴출 요구했었는데 섭섭"

입력 2024-03-11 09:57   수정 2024-03-11 11:05

"조민에게 장학금을 주고, 부산의료원장을 한 의사의 이름 노환중이고 제 이름은 노환규입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 등으로 고발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받고 난 후 억울한 심경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일부 네티즌들이 그의 기사에 "조민에게 장학금 주고 부산의료원장 자리를 받아 부산대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회장은 11일 자신의 SNS에 "5년 전인 2019년 6137명의 의사가 조국 전 장관과 조민의 퇴교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면서 "내가 한 일이다. 그런데 5년이 지나 내가 조민에게 장학금을 줬다고 한다. 조민에게 장학금을 준 의사는 노환중이고 나는 노환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저 서명운동을 주도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2019년 당시 교수 변호사들에 이어 의사들도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자유수호의사회 대표였던 노 전 회장은 "성명에 6137명의 의사가 참여했다"며 "법무부 장관 조국의 딸 조민에 대한 퇴교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에는 "의업을 행하는 의료인, 그중에서도 의사가 되는 길은 엄격하고 고된 훈련의 과정이 요구되며 그리고 의료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예비의료인에게도 높은 수준의 윤리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조국 장관의 딸 조민은 허위 논문(허위 저자등재), 조작된 표창장, 조작된 경력 등을 이용하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함으로써 예비의사의 길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들이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은 조민의 퇴교를 요구하는 이유로 ▲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권리를 빼앗았다 ▲ 대한민국의 의학계에 수치와 좌절과 국제적 망신을 안겼다 ▲ 예비의료인이 준수해야 할 윤리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세 가지를 꼽았다.

이어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가 요구되는 이유는, 의료행위가 일어나는 그 순간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그 무엇도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료의 순간은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을 위해 환자는 의료인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이 순간 의료인의 행위는 전적으로 의료인의 양심에 달려있고 의료인의 윤리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의료인의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 "조민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그 가족이 벌인 다수의 범죄 및 비윤리적 행위는 예비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은커녕, 사회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조차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꼬집고 있다.

조 전 장관의 판결문에 따르면 조민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당시 장학금을 받으며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이 장학금을) 조용히 타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어머니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절대 모른 척해라"고 지시했다.

A4 용지 375장 분량에 이르는 1심 판결문에는 조민이 장학금 600만원을 타면서 가족, 지도교수 등과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민은 의전원 시험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 조민은 지난 2015년 1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부산대 의전원에 다니며 두차례 유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의전원은 규정상 한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을 하게 되고, 유급이 된 다음 학기는 학기 조정 휴학을 해야 한다.

2015년 5월 2년 임기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병원장에 노환중 교수가 임명됐다. 이듬해인 2016년 5월 조민은 노 병원장이 지정 기부한 장학금 200만원을 받는다.

이후 조민은 그해 7월 지도교수에게 "교수님 성적 나왔는데ㅠㅠ 다른 두 과목은 괜찮고 각론 1을 예상대로 엄청 망(했습니다)...꼴등했습니다ㅠㅠㅠㅠ"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후 같은 해 10월 조민은 장학금 200만원을 또 타고 "제가 (장학금) 수상받으러 가는데 교수님들이 ‘아버지랑 많이 닮았네’라고 말씀하셨다’"고 가족 채팅방에 문자를 보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부담되겠기만 할 수 없느니라ㅎ"라고 답했다.

다음 해인 2017년 3월 가족 채팅방에 조민은 정 전 교수에게 "노환중 교수님이 장학금을 이번에도 제가 탈 건데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타라고 말씀하셨음!"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정 전 교수는 "ㅇㅋ, 애들 단속하시나 보다. 절대 모른척해라"라고 딸에게 답했다. 이렇게 조민은 세 번에 걸쳐 장학금을 받았다.

그해 2017년 5월 노 병원장은 임기 2년을 마치고 연임 2년을 시작했다.

노 병원장은 5월 10일 조 전 장관에게 "민정수석 임명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양산부산대병원을 위해 2년 더 봉사하게 됐습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감사합니다. 원장님도 더욱 건강 건승하십시오"라고 답신했다.

노 원장은 장학금 지급 이유에 대해 "조민이 1학년을 마친 뒤 유급에 학업을 포기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낙담했었다"면서 "2016년 조씨가 학업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정진하란 뜻에서 면학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과의 관계 때문에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산의료원 원장직은 부산시가 정한 공모 절차에 따라 외부위원 심층 면접 등을 통해 공정하게 응모 및 선정됐다"고 했다.

노 전 원장은 조민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명목으로 금품 등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감형돼 벌금 1000만원 형을 받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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